경기우리, 분식포차 열린 오후
한낮의 거실이 평소보다 조금 분주했습니다. 점심을 마치신 어르신들께서 하나둘 자리를 옮겨 앉으시고, 한쪽에서는 김밥과 어묵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습니다. 오늘 저희 경기우리요양원 거실에는 작은 분식포차가 열렸습니다. 야채김밥과 참치김밥 두 종류, 꼬치어묵, 그리고 이름이 재미있는 음료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무언가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서였을까요, 낮잠에 드시려던 어르신들도 슬며시 눈을 뜨시고 거실 쪽으로 고개를 돌리셨습니다. 김밥을 마는 손길, 어묵 국물이 끓는 소리, 접시가 부딪치는 소리가 겹쳐지자 거실은 어느새 오래된 동네 분식집 같은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특별한 날을 따로 정해두고 준비한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어느 평범한 오후, 어르신들께 조금 색다른 재미를 드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 작은 이벤트였습니다.

평택요양원 거실에 차려진 분식포차 한 상
음료 이름은 '뻥주'였습니다. 아침햇살에 사이다를 섞어 막걸리 느낌이 나도록 만든 무알코올 음료입니다. 뽀얀 빛깔에 잔에 따르면 위로 살짝 거품이 이는 모습까지, 얼핏 보면 정말 막걸리 한 사발 같았습니다. 잔에 따라 어르신들 앞에 놓아드렸더니, 몇 분은 손사래부터 치셨습니다. 술은 못 한다고, 나는 안 마신다고 하셨지요. 이건 술이 아니라 드셔도 된다고 말씀드리니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잔을 다시 들여다보셨습니다.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으셨다는 분, 젊어서는 좋아하셨지만 이제는 몸 생각에 끊으셨다는 분, 저마다 사연은 달랐지만 잔을 앞에 두고 잠시 머뭇거리시는 모습은 어딘가 닮아 있었습니다. 술이 아니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짚어 여쭙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색도 향도 잔에 담긴 모양새도 어릴 적 시골 마당에서 어른들이 나누시던 그 막걸리와 꼭 닮았으니까요.
설명을 듣고 나서야 한 분이 그럼 한잔 맛이나 보자며 잔을 청하셨고, 기분이라도 내보자고 다 함께 잔을 부딪치셨습니다. 맛이 제법 비슷하다며 웃으셨고, 그 모습이 재미있어 곁에 계시던 보호사 선생님들도 궁금해하시다 한 잔씩 나누셨습니다. 한 어르신은 옛날 새참으로 나오던 막걸리 생각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논일 마치고 밭둑에 앉아 한 사발 들이켜던 그 시절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습니다. 잔 하나로 이렇게 옛 기억이 줄줄이 딸려 나올 줄은, 자리를 마련한 저희도 미처 몰랐습니다.

술 한잔 못 하시던 분들도 오늘은 잔을 들고 웃으셨습니다.
간식이라고 내어드렸지만 식사를 마친 뒤인데도 많이들 드셨습니다. 특히 어묵을 좋아하셨습니다. 뜨끈한 국물을 후후 불어 드시며, 겨울도 아닌데 이런 국물이 참 반갑다고 하셨습니다. 김밥도 어묵도 간이 딱 맞는다고, 어디 하나 짜지도 싱겁지도 않다고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조리장님도 조용히 흐뭇해하셨습니다.
어르신들의 입맛은 참 정직하십니다. 조금만 짜도, 조금만 싱거워도 이내 젓가락을 내려놓으시지요. 그래서 간을 맞추는 일 하나에도 저희는 늘 마음을 씁니다. 어르신마다 씹고 삼키시는 정도가 다르니 김밥을 마는 굵기 하나, 어묵을 써는 크기 하나까지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렇게 준비한 한 상을 두고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다는 말씀이 돌아올 때, 그 소박한 칭찬이 저희에게는 무엇보다 큰 보람이 됩니다.

한 어르신께서는 잔을 내려놓으시더니 눈물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생일보다 더 좋은 날이라며, 고맙다고 눈가를 훔치셨습니다. 특별한 날도 아닌 평범한 오후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뿐인데, 그 한 마디에 곁에 있던 저희도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어떤 큰 잔치보다도, 이렇게 소소한 자리 하나가 어르신들 마음속에는 더 깊이 남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는 순간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생일보다 더 좋은 날이라고 하셨습니다.
곁에 계시던 다른 어르신은 그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시며, 자식들 다 키워 내보내고 나니 이렇게 챙김받는 날이 다 있다고 하셨습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상을 차려 주는 그 마음이 고맙다고요. 자리를 마련한 저희 입장에서는 그저 김밥 몇 줄, 어묵 몇 꼬치를 내어드린 것뿐인데, 어르신들께는 그 이상의 의미로 가닿았던 모양입니다. 음식 그 자체보다, 오늘 하루 당신을 생각하며 누군가 손을 움직였다는 그 사실이 마음을 데운 것이겠지요.

셰프가 직접 거실로 나온 이유
이날 음식은 정토푸드 조리장님이 직접 거실로 나와 차려 주셨습니다. 음식을 가져다드리고, 식사가 어려우신 분 곁에서 도와드리고, 잠시 말벗이 되어드리는 일까지 함께하셨습니다. 김밥 하나를 더 드시겠냐 여쭙고, 어묵 국물을 다시 데워 오고, 잔이 빈 어르신께 뻥주를 한 잔 더 따라 드리며 거실 곳곳을 부지런히 오가셨습니다.
어르신 급식은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매끼 식단과 식자재, 위생을 저희가 직접 챙기려면 정작 어르신 곁을 지키는 일에 손이 모자라기 쉽습니다. 하루 세끼, 여기에 간식까지 더하면 주방에서 돌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날그날 들어오는 식자재를 살피고,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상태에 맞춰 간을 조절하고, 위생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면 온전히 그 일에만 매달려야 하는 손이 필요합니다.
그 부분을 정토푸드가 맡아 주시니 저희는 이렇게 어르신 곁에 더 머무를 수 있습니다. 식사를 누군가 든든히 책임져 준다는 것은, 단순히 밥이 나온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저희가 마음 놓고 어르신들의 하루를, 표정을, 작은 변화를 살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처럼 조리장님이 직접 거실로 나와 어르신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주방과 케어가 한 팀처럼 맞물려 돌아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김밥 한 줄, 어묵 한 꼬치처럼 소박한 상이지만, 어르신들께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장에 나가 사 먹던 김밥, 학교 앞 포장마차에서 호호 불어 먹던 어묵, 그 시절의 냄새와 온기가 오늘 이 거실에 잠시 되살아난 듯했습니다. 잔을 부딪치고, 맛을 이야기하고, 옆자리 어르신과 웃음을 나누는 그 시간이 오늘 하루의 온기였습니다.
이런 자리를 준비할 때마다 저희가 마음에 두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여기가 낯선 시설이 아니라, 편안한 집처럼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이 들어 자리를 옮기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래 살던 집을 떠나, 익숙한 살림을 두고, 낯선 곳에서 새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거창한 프로그램보다도, 오늘 같은 소소한 온기를 더 자주 만들어 드리려 합니다. 밥상 하나, 웃음 하나가 쌓여 이곳이 조금씩 '내 집'처럼 느껴지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가족분들께서 상담을 오시면 자주 여쭙는 것이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어르신이 잘 적응하실 수 있을지, 외롭지는 않으실지,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저희가 사진 몇 장이나 말로만 안심시켜 드리기보다, 오늘 같은 오후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전해 드리는 것이 더 진솔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 한 분이 잔을 들고 활짝 웃으시는 그 모습이, 어떤 설명보다 이곳의 하루를 잘 보여 준다고 믿습니다.
저희 경기우리요양원은 미술을 전공하신 원장님의 손길이 닿은 넓은 단독 건물에, 카페 같은 1층 면회로비와 층마다 여유로운 거실을 두고 있습니다. 오늘처럼 계절과 상황에 맞는 자리를 종종 열 수 있는 것도 이런 공간 덕분입니다. 여유로운 거실이 있으니 어르신들께서 한자리에 모여 앉아 무언가를 함께 나누는 일이 자연스럽고, 답답함 없이 하루를 보내실 수 있습니다. 정형외과 경력의 물리치료사가 상주해 재활을 돕고, 위탁급식 운영업체 위탁급식으로 매일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VIP 2인실과 1인실도 운영하고 있어, 병실이나 월 부담금, 장기요양 등급별 본인부담금이 궁금하신 가족분들은 전화로 편하게 문의 주시면 상황에 맞춰 상담을 도와드립니다.
거창한 행사가 아니어도, 어르신 한 분이 잔을 들고 웃으시는 오후 하나가 저희에겐 큰 하루입니다. 오늘 분식포차의 김밥과 어묵, 그리고 술 아닌 술 한 잔이 남긴 것은 배부름이 아니라, 서로 나눈 웃음과 잠시 되살아난 옛 기억이었습니다.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저희 가족처럼 여기며, 오늘 같은 작은 자리를 앞으로도 조용히 이어가려 합니다. 직접 보고 싶으신 분은 사전에 연락 주신 뒤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